미국과 중국이 연내 화상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대만 문제가 걸림돌이라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일 보도했다.
신문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연내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선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최근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왕 부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로마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에게 대만 문제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지적, “가짜 ‘하나의 중국’ 정책은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대만 문제는 미·중 관계의 가장 민감한 이슈로 잘못 처리하면 양국 관계를 전반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건 양측이 양국 정상의 공동 인식을 실현하고 다음 단계의 교류를 위해 ‘정치적 준비’를 하고 필요한 조건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CMP는 “왕 부장이 언급한 ‘정치적 준비’란 연내 개최가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대만을 둘러싼 긴장을 통제해야한다는 것을 주로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劉衛東) 미·중 관계 연구원은 “기본적으로 미국이 대만 문제에서 긍정적인 양보를 하지 않을 거면 연말에 정상회담 개최는 잊어버리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려 계속 선을 넘으면서 대만해협을 둘러싼 상황은 최근 고조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만에 대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지만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이 침략당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해 파장이 일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19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조항인 상호방위조약의 5조(Article Five)를 거론한 뒤 대만도 비슷한 보호 대상이라는 식으로 발언했다.
그는 “우리는 5조의 신성한 약속을 했다”며 “만약 누군가가 나토 동맹에 대해 침략하거나 반하는 조처를 할 경우 미국이 대응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에도, 한국에도,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해당 발언이 파장을 낳자 백악관은 “우리의 (대만 관련)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며칠 뒤 블링컨 장관이 유엔 회원국에 대만의 유엔 체제 참여를 지지해줄 것을 촉구한 데 이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대만 내 미군 존재를 인정하자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중국 정부 고문인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교수는 “중국이 대만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긴장 완화를 바라고 있다”며 “미국은 중국과의 관계에 심각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를 밟아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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